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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랑 만난 지 5년 됐어요 저는 서른여섯이고 남자친구는 저보다 한 살 어려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결혼 전제로 만나자고 한 건 남자친구 쪽이었어요 2년쯤 됐을 때 양가 인사도 했구요 그때 남자친구 어머님이 내년 봄쯤 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저는 진짜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그 내년 봄이 세 번 지나갔어요 처음엔 팀 옮긴 지 얼마 안 돼서 정신없다고 했고 그다음 해엔 전세 계약이 애매하게 남아서 끝나면 하자고 했고 작년엔 모은 돈이 생각보다 적어서 1년만 더 모으자고 했어요 저는 그때마다 알겠다고 했어요 다 말이 되는 이유였으니까요 그 사이에 저는 웨딩홀 상담 예약을 두 번 잡았다가 두 번 다 취소했어요 그러다 지난달에 친한 동생 결혼식에 같이 갔는데 식 끝나고 밥 먹으면서 남자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요즘은 결혼 안 하고 그냥 같이 사는 사람들도 많던데 그것도 괜찮지 않냐고요 농담처럼 웃으면서 했는데 저는 숟가락을 내려놨어요 그날 부케 받은 것도 저였거든요 동생이 다음은 언니야 하면서 던져줬는데 그 부케가 아직 저희 집 현관에 말라서 걸려 있어요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해요 5년 동안 결혼하자는 말로 붙잡아놓고 이제 와서 그것도 괜찮지 않냐니요 집에 와서 제대로 물어봤어요 너 결혼할 생각 있긴 하냐고 있대요 근데 지금 당장은 자신이 없대요 제가 너무 재촉하는 것 같아서 숨이 막힌대요 재촉이요? 저 3년 동안 날짜 한 번을 먼저 꺼낸 적이 없어요 다 본인이 먼저 꺼내고 본인이 먼저 미뤘어요 친구들은 지금이라도 정리하라고 해요 서른여섯에 또 처음부터 시작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하라고요 회사 동기들은 벌써 둘째 낳은 사람도 있어요 단톡방에 돌잔치 초대장 올라올 때마다 축하한다고 쓰고 나서 한참 폰을 못 내려놔요 엄마는 아무 말씀 안 하시는데 명절마다 친척들이 사위 될 사람 언제 데려오냐고 물으면 제가 먼저 화장실 가는 척하게 돼요 제일 무서운 건 제가 이 사람을 아직 좋아한다는 거예요 헤어지자고 하면 그 자리에서 결혼하자고 할 것 같기도 하고 그래놓고 또 1년 뒤에 똑같은 말을 들을 것 같기도 하구요 어제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이번 주말에 캠핑 가자고 연락이 왔어요 캠핑 장비는 둘이 반반 내서 다 샀는데 결혼은 반도 못 왔네요 제가 기다린 3년은 누가 돌려주는 건지 모르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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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줘봐 그럼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