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제미나이 3.5 프로 버전이 성능 문제로 출시가 연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은 프론티어급 모델들을 바짝 추격하는 신규 버전을 잇따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문샷 AI(Moonshot AI)는 2.8조 파라미터 규모의 모델 '키미(Kimi) K3'를, 알리바바는 자사 플래그십 모델로 2.4조 파라미터의 '큐웬 3.8 맥스(Qwen 3.8 Max)' 프리뷰 버전을 각각 공개했다.

특히 키미 K3는 앤트로픽 페이블 5, 오픈AI의 GPT 5.6을 전반적으로 바짝 따라붙는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외신들에 충격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벤치마크에서는 오픈AI GPT 5.6 시리즈의 최상위 모델 솔(Sol)보다 앞서는 결과를 기록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는 "중국 모델이 미국 프론티어 모델에 비해 6개월 가량 뒤처져 있다는 일각의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는 한 분석가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키미 K3는 오는 27일 모델 가중치(Weights)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AI 모델에 대한 독립적 평가로 유명한 AA(Artificial Analysis)의 모델 종합 평가 인텔리전트 인덱스(Intelligence Index)에서는 1위 앤트로픽 페이블 5, 2위 GPT 5.6에 이어 키미 K3가 57점으로 3위에 오르며 구글의 제미나이 3.0 프로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클로드 오퍼스 4.8, GPT 5.5(xhigh), 클로드 소넷 5, GLM-5.2보다도 앞서는 성적이다.

키미 K3는 에이전틱 기능과 코딩 기능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AA의 코딩 에이전트 인덱스에서는 4위에 올랐는데, 이는 GPT 5.6의 솔(Sol)과 테라(Terra), 페이블 5에 이은 순위다.

중국 문샷AI의 키미 K3가 AI 모델 종합 평가 지수에서 프론티어 모델 바로 뒤인 3위를 차지했다. (자료 출처=AA)
중국 문샷AI의 키미 K3가 AI 모델 종합 평가 지수에서 프론티어 모델 바로 뒤인 3위를 차지했다. (자료 출처=AA)

종합 평가인 인텔리전트 인덱스에서의 3위보다 코딩 에이전트 인덱스 순위가 낮게 나온 것은 SWE-아틀라스(Atlas)-QnA 항목의 낮은 성적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AA의 코딩 에이전트 인덱스는 △터미널 벤치(Terminal-Bench) v2 △딥SWE(DeepSWE) △SWE-아틀라스-QnA 세 가지 평가의 평균으로 산출되는데, 키미 K3는 앞선 두 항목에서 각각 84%, 64%로 상위권을 기록한 반면 SWE-아틀라스-QnA에서는 23%에 그치며 전체 평균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터미널벤치 v2 평가에서는 페이블 5보다 앞섰고, 딥SWE 평가에서는 스페이스X(xAI)의 최신 모델 그록(Grok) 4.5와 앤트로픽 클로드 오퍼스 4.8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프론트엔드 코딩(Frontend Code Arena)에서는 GPT 5.6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 1위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전트 기능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τ³-뱅킹(τ³-Banking) 테스트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GPT-5.6 솔을 앞질러 1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τ³-뱅킹은 모델의 실무형 고객 응대 능력을 평가하는 벤치마크로,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시중 은행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멀티턴 시나리오에서 모델이 도구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측정한다.

오토메이션벤치-AA(AutomationBench-AA, SaaS 워크플로 자동화 평가)와 스프레드시트벤치 2(SpreadsheetBench 2, 스프레드시트 작업 평가) 등에서도 각각 1위에 오르며 프론티어 모델들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우즈콤프(BrowseComp, 웹 검색·정보탐색 기능 평가)에서는 91.2점으로 역대 최고 점수(SOTA)를 새로 쓴 것으로 집계됐다. 종전 기록은 GPT-5.6 솔의 90.4점이었다.

AA의 코딩 에이전트 인덱스. 키미 K3가 앤트로픽 클로드 페이블 5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 (자료 출처=AA)
AA의 코딩 에이전트 인덱스. 키미 K3가 앤트로픽 클로드 페이블 5 바로 뒤에 위치해 있다. (자료 출처=AA)
GPT 5.6 제품군 바로 뒤의 성적을 차지한 키미 K3. 터미널벤치 2.1 벤치마크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컴퓨터의 명령줄 인터페이스(CLI/터미널) 환경에서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평가한다. (자료 출처=AA)
GPT 5.6 제품군 바로 뒤의 성적을 차지한 키미 K3. 터미널벤치 2.1 벤치마크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컴퓨터의 명령줄 인터페이스(CLI/터미널) 환경에서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지 평가한다. (자료 출처=AA)

이 밖에 AA-브리프케이스(AA-Briefcase, 장기 지식노동 에이전트 평가), CharXiv(RQ) w/Tool(시각 차트 이해도 평가), 제로벤치(Zerobench) w/Tool(시각 추론 평가)에서는 각각 2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GDPval-AA v2(44개 직군의 실무 업무 수행 능력 평가)에서는 3위에 올랐다.

물론 6~8위로 다소 후순위에 머문 항목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위 이하를 기록한 항목은 대부분 고난도 테스트로, 인류의 마지막 시험이란 뜻의 HLE(Humanity's Last Exam) 평가에서는 구글 제미나이 프로 3.1 프리뷰에 이어 6위에 그쳤다. 미공개 물리학 연구에 대한 추론을 다루는 CritPt 평가에서도 6위를 기록했는데, 이 평가에서는 상위 4개를 GPT 제품군이 차지했고 5위는 페이블 5, 그 뒤를 키미 K3가 이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AA의 작업당 비용(cost per task) 기준으로는 키미 K3가 상당히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가중치가 공개되지 않아 문샷AI의 API로만 접근이 가능한 데다, 현재로선 추론(reasoning) 기능을 끌 수 있는 옵션 없이 '맥스(max)' 설정만 지원돼 답변 전 긴 사고 과정(reasoning tokens)까지 과금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AA 측정에 따르면 키미 K3는 답변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미 K3는 AA의 인텔리전스 인덱스 평가 전체에서 1억3000만개의 출력 토큰을 생성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평균(6300만개)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같은 문제를 풀더라도 다른 모델보다 훨씬 장황하게 답변을 내놓는다는 의미로, 이 같은 장황함(verbosity)이 비용을 크게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키미 K3가 1위를 차지한 τ³-뱅킹 벤치마크 테스트. 이 테스트는 시중은행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모델의 실무형 고객 응대 능력을 평가한다. (자료 출처=AA)
키미 K3가 1위를 차지한 τ³-뱅킹 벤치마크 테스트. 이 테스트는 시중은행 환경을 시뮬레이션해 모델의 실무형 고객 응대 능력을 평가한다. (자료 출처=AA)

키미 K3가 오픈웨이트 모델로 전환돼 서드파티 호스팅 업체들의 서비스가 시작되면 경쟁에 따라 가격이 다소 내려갈 수 있으나, 2.8조 파라미터라는 몸집 탓에 딥시크만큼 저렴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키미 K3는 16/896개의 전문가만 활성화하는 MoE(Mixture-of-Experts) 구조여서 추론 비용이 파라미터 수에 비례해 늘어나지는 않지만,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GPU 메모리와 컴퓨팅 자원 자체는 막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리바바, 큐웬 3.8 맥스 프리뷰 발표 "클로드 페이블 5 수준"

지난 19일 중국 상하이 월드 AI 컨퍼런스(WAIC)에서 공개된 알리바바의 큐웬 3.8 맥스 프리뷰 버전은 2조4000억(2.4T) 파라미터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버전 대비 모델 규모를 크게 키운 거대 멀티모달 모델로,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동영상, 문서 등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단일 시스템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는 큐웬 3.8 맥스의 모델 가중치도 조만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큐웬 3.8 맥스(프리뷰)가 코딩과 AI 에이전트 작업에 특화된 플래그십 모델이면서 범용 성능에서도 페이블 5 바로 다음가는 글로벌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딩 기능을 강조하고 있는데, 에이전틱 코딩과 소프트웨어 개발, 프론트엔드 개발, 함수 호출(Function Calling)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는 설명이다. 에이전트 기능에서도 도구 호출(Tool Use)과 복잡한 워크플로 수행, 여러 단계의 작업 자동화에 최적화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큐웬 3.8 맥스 프리뷰 버전 발표와 함께 자사의 토큰 플랜(Token Plan), 코더(Qoder), 코더워크(QoderWork)에도 이를 공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발표된 만큼 AA 등 독립 벤치마크 사이트에서는 아직 다뤄지지 않아 공식 평가 결과는 확인되지 않지만, 아이더 리더보드(Aider Leaderboard), 라이브벤치(LiveBench), 웹데브 아레나(WebDev Arena) 등 커뮤니티에서 사용자들이 테스트한 결과 프론트엔드 코딩, 에이전틱 코딩, 웹 UI 생성 등에서 GPT-5.6, 키미 K3와 경쟁할 만한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리바바 큐웬 3.8 맥스(프리뷰)와 키미 K3 비교. (자료 출처=스택퍼프)
알리바바 큐웬 3.8 맥스(프리뷰)와 키미 K3 비교. (자료 출처=스택퍼프)

W&B(Weights & Biases)가 이전 버전인 큐웬 3.7 맥스에 대해 스프레드시트 추론과 워크플로 자동화에서 최상위권 성능을 기록했다고 평가한 바 있어, 이번 3.8 버전에도 기대가 모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W&B는 AI 모델을 개발·실험·평가하는 MLOps(ModelOps) 플랫폼이다.

큐웬 3.8 맥스(프리뷰) 역시 MoE 구조이지만 활성 파라미터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활성 파라미터 수가 실제 모델 서비스 비용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어느 정도의 가격대로 서비스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전 3.7 맥스의 가격은 100만 토큰당 입력 2.5달러·출력 7.5달러였는데, 3.8 맥스는 2.4조 파라미터로 전작보다 몸집이 훨씬 커진 만큼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력한 성능의 경쟁 모델들 잇단 출시, 구글에 압박

중국의 잇단 신모델 출시 소식과 맞물려, 구글 제미나이 3.5 프로가 코딩 성능 문제로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지며 비교되는 모습이다.

제미나이 3.5 프로는 원래 6월 출시가 예정돼 있었으나,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코드 생성과 오류 수정(디버깅) 등 성능이 구글 내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해 출시가 수개월 지연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코딩 성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추가 코딩 데이터세트를 반영해 모델을 다시 미세조정했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고, 결국 학습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하게 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구글의 압박감은 오픈AI가 코딩과 비용 효율성을 대폭 강화한 5.6 모델을 최근 발표한 데 이어, 메타와 스페이스X(xAI)까지 코딩과 에이전틱 기능을 강조한 뮤즈 스파크 1.1, 그록 4.5 등 플래그십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더욱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흔히 3대 프론티어급 모델로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이 꼽히는데, 구글의 차세대 모델이 메타나 스페이스X 모델보다 뛰어나지 않을 경우 프론티어 모델이라는 왕관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모델들까지 바짝 추격해오자, 구글이 어설픈 상태로 모델을 내놓기보다는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쪽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블룸버그의 이번 보도로 구글 주가는 4%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대변인은 "성능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빠르게 모델들을 출시하고 있으며, 파트너사들과 함께 3.5 프로, 업그레이드된 플래시(Flash) 모델을 계속 테스트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기업 58%가 중국 AI모델 사용

한편 AI 모델 중계 플랫폼 오픈라우터(OpenRouter)의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7월 첫째주 미국 기업들이 사용한 AI 토큰 중 중국산 모델의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58%를 기록하며 미국산 모델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오픈라우터의 공개 트래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모델의 비중은 58%였으며 특정 주간에는 최고 63%까지 치솟은 것으로 집계됐다. 주간 토큰 처리량에서도 중국계 모델들은 약 18조 토큰을 처리해 미국 모델의 약 5.5조 토큰 대비 3배 이상 높은 가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쓰인 모델은 딥시크인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 베이징거 등 해외 매체들은 "2025년 초만 해도 10% 미만에 불과했던 수치가 약 1년 만에 대역전됐다"고 전했다.

오픈라우터는 단일 API를 통해 모델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하나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키만으로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메타는 물론 딥시크, 알리바바 등 수십여 기업의 400개 이상 AI 모델을 호출·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픈라우터를 사용하는 글로벌 AI 스타트업과 엔지니어들이 실제 시스템 구축에 호출하는 주간 토큰(Token) 소비량 트래픽이 투명하게 집계되는 만큼, 오픈라우터의 트래픽은 AI 시장의 실질적인 점유율 추이를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외신들은 '압도적인 가성비(Price War)'가 실질적인 글로벌 AI 사용 형태를 바꾼 사례로 이를 소개하며, 개발자들이 코딩 자동화나 에이전틱 워크플로에서 모델을 사용할 때 고가의 미국 프론티어 모델 대신 10~50배 이상 저렴한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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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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