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지직 생방송에 출연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네이버)
치지직 생방송에 출연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이 월드컵 특수를 '반짝' 누리며 존재감을 키웠으나, 향후 방향성을 놓고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번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표팀 경기를 보기 위해 치지직에 몰린 동시접속자 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전 당시 최대 494만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방한 때 기록한 57만명의 10배에 가까운 수치다.

앞서 체코전에서도 482만5000명, 멕시코전에서 478만명을 기록하는 등 경기마다 500만명에 육박하는 동시접속자 수를 나타냈다.

다만 독점 중계권 확보에 약 400억원을 쏟아부었음에도 대표팀 일정이 조기에 마무리되면서, 월드컵 특수를 발판으로 확장하려던 구상에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위치 철수 맞물려 e스포츠 트래픽 흡수

치지직은 네이버가 2023년 12월 베타 서비스 형태로 처음 내놓은 플랫폼이다. 이듬해인 2024년 5월에는 정식 서비스에 들어갔다. 당시 글로벌 플랫폼 트위치가 한국 사업에서 돌연 철수하던 시기와 맞물리면서, e스포츠 콘텐츠가 치지직으로 넘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는 이후 e스포츠와 게이밍 관련 서비스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9월에는 넥슨과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게임 플레이와 스트리밍, 결제를 연계한 구조를 갖췄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라이엇게임즈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농심 레드포스, OK저축은행 브리온 등과도 스폰서십을 맺으며 e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에는 넥슨과 로그인 편의 강화, 게임 IP 기반 콘텐츠 제작 지원 등 협업을 본격화했고, 이달 초에는 크래프톤과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콘텐츠 생태계 확장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e스포츠 대회 중계권 확보에도 나서 e스포츠 월드컵(EWC) 한국어 독점 중계권을 3년간 보유하게 됐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e스포츠 경기장 '롤파크'의 네이밍 스폰서로도 참여해, 현재 '치지직 롤파크'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네이버 치지직 화면 캡처 (사진=디잇플러스)
네이버 치지직 화면 캡처 (사진=디잇플러스)

치지직이 e스포츠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지난해 5월 JTBC와 제휴해 드라마와 예능, 교양 본방송을 전용 채널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피파(FIFA) 월드컵 중계권 역시 올해 대회는 물론 2030년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 월드컵 중계권까지 확보한 상태다.

네이버 관계자는 "스포츠와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e스포츠에 지나치게 쏠려 있어 콘텐츠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월드컵은 끝, 프로야구는 요원, JTBC도 휘청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꼽히는 프로야구 중계권을 티빙에 내준 것은 뼈아픈 대목으로 꼽힌다. 네이버는 2006년부터 2023년까지 18시즌에 걸쳐 다음과 함께 한국프로야구연맹(KBO) 리그 뉴미디어 중계권을 보유하며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2024년 시즌부터 티빙이 중계권을 가져간 이후로는 야구 관련 콘텐츠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당시 티빙은 올해 시즌까지 3년간 중계권을 계약했고, 이를 통해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는 등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네이버가 KBO와 재계약에 실패한 배경으로는 제3자의 콘텐츠 2차 가공을 철저히 차단한 정책이 거론됐다. 경기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재생산을 막아 네이버 트래픽 유입을 끌어올리려는 취지였으나, 한편으로는 프로야구 팬덤 확대를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결국 KBO가 2차 가공을 허용하는 사업자를 높게 평가하겠다는 기조를 밝히고 티빙이 이에 응하면서 중계권이 넘어갔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KBO와 티빙의 계약 기간은 올해가 마지막이다. 다시 진행될 중계권 입찰에서 티빙, 쿠팡 등 경쟁 사업자들이 콘텐츠 2차 가공 허용을 내세울 경우 네이버는 기존 정책을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부터)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지난해 9월 야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프레젠팅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해 11월 치지직을 통해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무료로 송출했다. 네이버는 앞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KBO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보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2차 가공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비판을 받았고, 이후 CJ ENM 티빙에 중계권을 내줬다. (사진=네이버)
최수연 네이버 대표(오른쪽부터)와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지난해 9월 야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프레젠팅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그해 11월 치지직을 통해 국가대표팀 평가전을 무료로 송출했다. 네이버는 앞서 2006년부터 2023년까지 KBO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확보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2차 가공에 대한 엄격한 통제로 비판을 받았고, 이후 CJ ENM 티빙에 중계권을 내줬다. (사진=네이버)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통한 사업 확장은 비용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 역시 네이버의 고민거리 중 하나로 분석된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월드컵 중계권 비용 반영으로 파트너 비용이 전분기 대비 8% 상승하는 등 부담이 증가했다"며 "전반적으로 매출 성장세는 유지되지만, 투자를 위한 비용 압박이 지속되며 영업이익률은 16.1%로 한차례 낮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마·예능 분야 콘텐츠 부족도 풀어야 할 숙제다. 네이버가 유일하게 제휴한 JTBC는 기업 존립 자체가 힘겨운 상황으로, 현재 뉴스와 스포츠를 제외한 콘텐츠 송출은 중단된 상태다. '채널십오야', 걸그룹 리센느의 '안원잘부' 등이 송출되고 있으나 유튜브 등과 큰 차이가 없어 차별점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4년 시즌부터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가져간 이후에는 야구 관련 콘텐츠 경쟁력이 대폭 떨어진 상태이다. (이미지=치지직갈무리)
2024년 시즌부터 티빙이 프로야구 중계권을 가져간 이후에는 야구 관련 콘텐츠 경쟁력이 대폭 떨어진 상태이다. (이미지=치지직갈무리)

카카오는 카카오TV 활성화를 위해 주요 방송사 등 다양한 파트너와 제휴하고 개인 방송 창작자까지 섭외했으나, 결국 지난달 30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게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치지직은 네이버가 실시간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처음 선보인 뒤에 이후 숏폼 서비스인 클립과 이원화 운영을 하면서 콘텐츠가 파편화됐다"며 "KBO 중계권 역시 경쟁이 가열되면 계약에 성공해도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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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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