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업들이 현장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s)를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물)
AI 기업들이 현장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s)를 중심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생성물)

인공지능(AI)이 '소프트웨어 영업맨'까지 바꿔놓고 있다. 

과거 영업은 설명이 중심이었다. 기술영업 담당자가 고객사를 방문해 발표 자료를 열고 SW 제품의 기능과 효과를 설득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 엔지니어가 투입됐다. 

영업사원은 말로 성과를 냈다. 개발자는 후방 인력에 가까웠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장은 이 공식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고객과 회의할 때 풍경부터 달라졌다. 이제 상석에는 정장을 입은 엔지니어가 앉는다.

엔지니어는 고객의 문제를 듣는다. 이를 AI로 해결할 데이터를 얻기 위해 전산 환경에 접근한다. 자사 솔루션과 플랫폼을 설치한 뒤에 고객의 데이터로 AI 모델을 학습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AI 모델을 정보 시스템에 배포한다. 고객은 곧바로 AI를 시연할 수 있게 된다.

영업과 개발이 하나의 흐름으로 묶인 셈이다. 팔란티어, 오픈AI, 앤스로픽을 비롯한 글로벌 AI 기업들이 영업의 표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담당하는 직종도 새롭게 생겨났다. 이른바 '현장배치 엔지니어(Forward-Deployed Engineers)'로 불린다.

FDE는 시늉이 아닌 실현으로 승부를 본다. 이들은 회사에서 야근하듯 고객 업무 현장에 상주하며 며칠 밤을 꼬박 보낸다. 짧게는 하루, 길면 5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만든다. 이 같은 방식의 세일즈 프로그램을 '부트캠프(Boot Camp)'라고 부른다. 본래 군에서 단기간 고강도 훈련을 뜻하는 용어다. 기업의 프로젝트 현장 역시 전장처럼 다루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팔란티어는 약 20년 전에 FDE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현재는 조직원 가운데 약 절반이 FDE일 정도다. 이들이 창출하는 성과는 재무제표에서 증명되고 있다. 팔란티어는 작년 4분기 고객과 계약한 총 금액이 43억달러(원화 약 6조4000억원), 전년 대비 138% 급증하며 역사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오픈AI도 지난해 초 FDE 팀을 꾸렸다. 챗GPT 중심의 소비자 AI 시장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AI 시장에서 수익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현상은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인 플랫폼 인디드에 따르면 FDE 채용 공고는 1년 동안 최소 8배 늘었다.

국내도 이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삼성SDS는 AX센터를 신설하고 부트캠프 영업을 확장했다. LG CNS 역시 오픈AI와 손잡고 '오픈AI 론치센터'를 신설하고 실전형 워크숍을 운영한다. 공통점은 자체 AI 플랫폼을 영업의 중심에 둔다는 점이다. 이는 AI 시스템의 개발부터 관리, 배포까지 전 주기를 관리하는 SW를 뜻한다. 팔란티어의 AIP(AI Platform)처럼 삼성SDS는 패브릭스, LG CNS는 에이전틱웍스를 앞세우고 있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몸값이다. FDE는 기획과 컨설턴트, 엔지니어링 역량을 모두 갖춰야 한다. 한국SW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IT기획자의 평균 월급은 1185만원, IT컨설턴트는 1071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IT아키텍트(1110만원)와 데이터분석가(850만원)의 전문성까지 요구된다. FDE의 경우 월 수천만원을 훌쩍 넘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해결책이 있다. 팔란티어는 '에이전틱 AI'로 FDE 효율을 높였다. 팔란티어가 지난해 3분기 공개한 'AI FDE'는 데이터 마이그레이션부터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엔지니어의 핵심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여기에 여러 에이전트를 동적으로 관리하는 'AI 하이브마인드'를 결합했다. 두 SW만으로 FDE 역할을 구현한 셈이다. 그 결과 인적 의존도는 줄었다. 실제로 팔란티어는 특정 기간 매출이 63% 증가하는 동안 인력은 10%만 늘렸다.

대기업 개발자 컨퍼런스에 가면 AI 개발자를 꿈꾸는 새싹들을 많이 만난다. 이들이 갖춰야 할 역량은 기본적으로 코딩이다. 그러나 이제 코딩은 목적지가 아닌 출발선일 뿐이다. 기계적인 언어 해석을 넘어 고객의 힘든 점(Pain point)을 읽어내고, 이를 비즈니스 가치로 치환하는 전략가의 감각이 중요해졌다. 코딩보다 문제 정의 능력이 몸값을 결정한다. 개발자가 골방을 나와 정장을 입고 전장을 누비는 FDE의 시대다. 개발자도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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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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