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e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을 주문하면 해당 제품이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여러 곳을 거치게 된다. 그 중간에 물류창고가 있다. 물류창고에는 다양한 판매처에서 발송한 상품이 모였다가 배송지별 차량으로 나뉘어 전달된다. 물류창고에서는 물품을 종류별 또는 배송지별로 목적에 따라 분류하고 적재했다가 배분한다.
유통경로의 중심에 있는 물류창고는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작업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만약 출고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그날 출고를 못 할 위험도 생긴다. 근로자의 노동강도도 높다.
플로틱은 물류창고의 이런 특성이 불필요한 자원 낭비를 유발하는 ‘불확실성’일뿐만 아니라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봤다. 이찬 플로틱 대표가 5명의 공동창업자와 함께 2021년 6월 로봇 솔루션 스타트업 플로틱을 설��한 이유다. IT조선은 이찬 대표를 만나 물류창고의 디지털 전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플로틱은 물류창고의 상품 입·출고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드는 로봇(하드웨어)과 그 로봇을 움직이는 솔루션(소프트웨어)을 개발하고 있다. 물류센터에 입고된 물품을 찾아 출고하는 ‘피킹’ 솔루션이다.
플로틱이 피킹 솔루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한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로봇만 만든다면 그 로봇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기업과 물류센터마다 개별적으로 실증을 진행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만 있다면 다양한 규모의 물류창고에서 동선을 계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실제 플로틱은 자동화 솔루션 도입에 필요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기존에는 약 6개월쯤의 시간이 필요햇던 반면 플로틱 솔루션은 이를 6주로 줄였다.
뿐만 아니라 도입한 솔루션은 일반 근로자가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작업보다 2.5배 이상의 생산성을 도출한다. 이찬 대표는 "플로틱 솔루션은 크게 작업을 처리하는 서버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하는 로봇으로 구분된다"며 "이커머스 특성상 어떤 물품이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데 이를 입출고에 최척화된 소프트웨어와 그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커머스 물류센터는 당장 오늘 몇 명의 근로자가 출근해서 어느 정도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면 역설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을 확실하게 자동화·체계화해서 절차상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작업 효율을 올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 일하며 물류 현장의 어려움 서비스에 반영
이찬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다. 그는 2016년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프로와 바둑을 두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큰 변화와 혁신을 불러 일으킬 기술은 ‘로봇’이라고 확신했다. 로봇이라는 이름과 개념은 친숙하지만 기술적으로는 멀게 느껴지는 영역이라는 점도 흥미를 끄는 요인이었다.
그는 플로틱 창업 전부터 로봇 사업을 위해 여러 회사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카카오벤처스에서는 사업성을 판단하는 관점을 배웠다. 배달의 민족에서는 플랫폼 서비스에 관한 관점을 키웠다. 이후 네이버랩스에서 로봇 관련 기술 역량을 키워 창업을 시도했다. 플로틱은 2021년 6월 설립 직후 짐을 대신 들어주는 로봇 등 다양한 로봇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전환을 여러번 반복했다.
그러던 중 그는 물류센터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있고 그 문제 해결에 로봇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장에서 필요한 점을 파악하기 위해 실제로 물류센터나 재고실사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렇게 나온 것이 플로틱의 물류센터용 로봇 솔루션이다.
e커머스 물류센터는 명절처럼 물품이 쌓이는 특정 시기도 있지만 평소에도 갑자기 물품이 몰리는 것이 특징이다. 누가 언제 무엇을 얼마나 살지 정해진 것이 없어서다. 평소 10명쯤이 물품을 분류하고 적재했다면 갑자기 물품이 몰릴 경우 이들의 업무강도가 폭증한다.
이렇게 적재 단계부터 병목현상이 발생하면 출고까지 가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셈이다. 플로틱이 현재 어디에 무엇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효율적인 출고가 이뤄지도록 하는 서비스에 집중하는 배경이다.
이찬 대표는 "물류센터는 로봇으로 완전 자동화하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어 진짜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밤을 새서 알바 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파악한 현장의 수요를 로봇으로 해결한다는 점에 초기 투자자인 카카오벤처스나 네이버D2SF가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동강도 낮추는 물류센터 DX
이찬 대표는 특히 물류센터에 플로틱의 솔루션을 도입하면 근로자의 노동강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작업은 이동 동선처럼 근로자가 직접 판단하고 기억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동선은 숙련된 근로자나 관리자가 고민해서 만든다. 이는 시행착오와 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달리 말하면 이는 물류센터가 작업자의 역량에 많이 의존하는 셈이 된다. 이찬 대표는 이런 과정을 디지털 전환하면 소프트웨어가 대신 계산하고 최적화한 다음 로봇이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이찬 대표는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가 생긴 뒤 연구개발을 하면서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로봇은 물리적인 AI로서 사람보다 효율적이면서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플로틱은 ‘당신의 세계를 넓혀라(Expand your world)’라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물류 과정 전반을 모두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며 "인터넷이 인간의 지식 한계를 확장한 것처럼 플로틱의 로봇 솔루션이 물류센터의 한계를 돌파하는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