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운영체제(OS)의 핵심인 커널에서 외부 공격자가 시스템을 장악할 수 있는 고위험 취약점이 발견됐다. 앤트로픽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제 공격에 성공하면서 위험성이 부각됐지만, 공격 조건과 시스템 환경에 따라 위험도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PHP투셸(PHP2Shell)과 노드투셸(Node2Shell) 등 주요 소프트웨어의 심각한 보안 취약점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기업 보안 담당자들의 대응 부담은 커지고 있다.

리눅스 커널 고위험 취약점 이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검은 배경의 명령줄 인터페이스(CLI) 화면에 리눅스 부팅 메시지와 경고 문구가 표시돼 있다. / 챗GPT 생성
리눅스 커널 고위험 취약점 이슈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검은 배경의 명령줄 인터페이스(CLI) 화면에 리눅스 부팅 메시지와 경고 문구가 표시돼 있다. / 챗GPT 생성

30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이번 취약점은 ‘CVE-2026-98432’로, 공통 취약점 평가 시스템(CVSS) 3.1 기준 위험도는 10점 만점에 9.8점이다. 지난 15일 공개된 이 취약점은 앤트로픽이 27일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활용해 실제 공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위험성이 더욱 부각됐다.

이번 취약점은 리눅스 커널이 인터넷 연결 요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공격자가 악용하면 서버를 중단시키거나 내부 정보를 유출하고 시스템을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 앤트로픽은 외부에서 계정이나 비밀번호 없이 최고 관리자 권한을 탈취하는 데 약 53분 만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여러 통신 경로를 사용하는 멀티패스 TCP(MPTCP) 기능이 적용된 환경에서 실증한 것으로, 모든 리눅스 서버에서 동일한 공격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취약점은 리눅스 커널 4.4 버전부터 도입된 코드에 존재한다. 다만 이후 모든 버전이 취약한 것은 아니다. 리눅스 개발진은 5.15.223, 6.12.113, 6.18.56, 7.2.10 등 각 커널 계열의 수정 버전에 패치를 반영했다. 그러나 실제 기업과 기관에서 사용하는 배포판의 패치 상황은 제각각이다. 29일 기준 우분투 주요 장기지원(LTS) 버전과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RHEL) 8·9·10은 패치가 아직 제공되지 않았으며, 데비안과 오라클 리눅스 등은 일부 버전에 수정 패키지를 배포했다.

여기에 이번 취약점의 위험도 평가도 업체마다 엇갈리고 있다. 리눅스 커널 보안팀은 9.8점을 부여했지만 레드햇은 5.9점으로 평가했다. 오라클과 수세는 8.1점, 아마존은 7.0점을 부여했다. 레드햇은 공격 조건이 까다롭고 자사 제품에서 정보 유출이나 시스템 장악 가능성까지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앤트로픽의 실험 결과를 일반적인 AI의 공격 능력으로 확대 해석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험에 사용된 모델은 일반에 공개된 클로드가 아닌 내부 연구용 모델이며, 공격 성공률이나 사람의 개입 정도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앤드루 볼스터 블랙덕(Black Duck) 수석 연구개발(R&D) 매니저는 29일(현지시각) 보안 전문매체 다크리딩을 통해 AI가 얼마나 자율적으로 공격을 수행했는지는 앤트로픽의 발표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컵 크렐 수주랩스(Suzu Labs) 사이버보안 부문 수석 디렉터도 AI가 취약점 발견과 공격 코드 제작의 문턱을 낮췄지만, 실제 서버마다 환경이 달라 공격 재현은 여전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AI를 활용한 공격의 위험성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는 평가도 있다. 존 스트랜드 블랙힐스 인포메이션 시큐리티 대표는 최고 성능의 AI가 아니더라도 취약점 분석이 가능하다며 보안 점검이 부족한 공유기나 IP 카메라 등으로 공격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현재까지 이번 취약점이 실제 사이버 공격에 악용됐다는 공개 보고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관리자 권한 탈취가 실증된 만큼 보안 담당자는 사용 중인 리눅스 배포판과 커널 버전의 영향 여부를 확인하고, 수정 패키지가 제공되면 신속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

정종길 기자
jk2@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