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5일(이하 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공개했다.

하지만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전거래일보다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애플은 비전 프로를 ‘최초의 공간 컴퓨터’라고 표현할 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였지만, 예상보다 비싼 3499달러(456만원)의 가격이 비관적인 시장 전망을 불식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이하 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 애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이하 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열린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발표를 하는 모습 / 애플
5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애플 주가는 장중 184달러대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하락 반전한 주가는, 비전 프로를 공개한 이후에도 뚜렷한 상승을 보이지 못하고 179.58달러로 전일 대비 0.76% 하락했다.

비전 프로는 맥OS, iOS 등의 장점을 더한 비전OS를 탑재했다. 기기 조작은 눈동자와 손동작, 목소리로 가능하다. 이를 위해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를 탑재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고성능 시선 추적 시스템을 통해 사용자가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 것을 즉각 파악한다. 고속 카메라와 눈에 보이지 않는 조명 패턴(LED 링)을 탑재해 사용자의 실시간 반응을 확인한다. 2300만픽셀의 초고해상도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를 통해 몰입감을 높였다.

증강현실(AR)을 확장한 개념인 MR은 현실 세계에 가상현실(VR)을 결합해 현실과 가상 간에 상호작용을 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애플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사용하는 모습 / 애플
애플 MR 헤드셋 '비전 프로(Vision Pro)'를 사용하는 모습 / 애플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5월 31일 월가 분석가들이 애플 헤드셋에 시큰둥한 분위기라고 전한 바 있다. 시장의 선두 주자인 메타가 2022년에만 10조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며 VR 시장이 개화하지 못한 탓이다.

시장에서도 애플 MR 헤드셋의 출시 첫해 ‘90만대 판매’ 목표 달성을 비관적으로 본다.

5월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세계 VR·AR 헤드셋 출하량이 전년 대비 18.2% 감소한 745만대를 기록할 것이라며 "애플 역시 일반인이 아닌 개발자를 주 고객층으로 삼은 만큼 전체 수요를 견인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프리미엄 VR 헤드셋 판매가 부진한 점으로 미뤄보면 애플의 고사양·고기능·고가 제품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또 "VR 제조업체들은 비용 효율적인 제품 위주로 판매 전략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며 "애플 헤드셋의 연 출하량은 10만대를 못 미칠 것이고 총 생산량 또한 최대 30만대 수준에서 그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애플과 달리 실시간 3D 콘텐츠 제작·운영 플랫폼과 게임 엔진을 제공하는 유니티테크놀로지스 주가는 17.1% 폭등했다. 비전 프로 출시에 따라 VR·AR·MR 등 생태계가 확장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애플은 이날 비전 프로를 통한 가상 현실 구현을 위해 디즈니, 유니티 등과의 파트너십 계획을 발표했다. 유니티로 만들어진 게임과 앱은 투과 모드, 고해상도 렌더링, 자체 제스처 등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유니티는 2020년 세계 최초의 혼합현실(MR) 및 증강현실(AR) 제작 툴인 '유니티 마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