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법’ 세부지침 발표가 임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현지 생산라인 운영에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촉각을 곤두세운다. 반도체 업계는 상황에 따른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하며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발표에서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가드레일 조항은 혜택을 받으려면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투자에 제약이 생긴다는 내용을 담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중국 현지에도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어 규제 사정권에 들어온다. 중국에 첨단 반도체 시설을 짓는 것은 물론 미세 공정 투자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달러(21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고, 향후 20년 동안 200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증설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총 150억달러(19조원) 규모로 미국에 반도체 후공정 전초기지와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대규모 투자 발표는 모두 미국의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원 등 든든한 뒷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중국 시장도 무시하기 어렵다. 국내 반도체 수출의 절반 가량을 중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반도체 수출 중 중국 비중은 40.3% 수준이다. 중국에서 메모리반도체 생산 비중도 상당하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의 낸드플래시 공장에서 전체 공급량의 40%를 생산 중이고,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절반을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현지 공장에 오랜 기간 동안 막대한 투자를 이어온 점도 외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 2012년 1기 기공식을 시작으로 2013년 전자연구소 설립, 2015년 후공정 라인 완공, 2018년 2기 증설 등 수조원을 쏟아부었다. SK하이닉스 역시 2006년부터 우시 공장에서 D램 생산을 시작해 꾸준히 생산라인을 증설해왔다.
국내 기업들은 세부 지침이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2022년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할 당시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선 1년 유예 조치를 시���한만큼 이번에도 예외 조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것이다"며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