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0이라는 용어는 매우 많은 논란을 일으킨다. 작년말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창업자인 마크 안드레센이, "웹3.0은 자본가(안드레센 호로위츠를 필두로 한)의 탐욕을 담은 흥행 코드일 뿐"이라고 비판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를 온라인에서 차단한 사건은 크립토 지지자 내부의 비판적 시각을 보여준다.

이러한 비판은 전통적 웹 지지자 사이에서도 나온다. 필자의 지인 중 하나는 "웹3.0이라는 슬로건을 건 프로젝트 중 그 어느것도 웹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다"고 비판하며, 필자에게도 ‘이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진지하게 권했다.

현재로서는 그들의 비판이 매우 정당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웹3.0이라 말하는 사람의 면면을 보면, 디파이(DeFi)나 NFT(대체불가능토큰) 같은 용어를 띄우면서 크립토 투자로 큰 수익을 실현해 놓고 시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다.

크립토씬 안에는 블러핑이 주특기인 유명인사들이 가득하다. 누군가 큰 돈을 벌 때 누군가는 빵을 잃었다. 전통 웹의 발전과정에서 수많은 기술 거품을 보며 산전수전을 겪은 웹 지지자들이, ‘저 사기꾼들이 우리가 소중히 지켜온 웹의 가치를 팔아 또다시 돈잔치를 벌이고 싶어 하는구나?’라며 경계심을 가질만하다.

그들이 크립토를 진화시켜야겠다는 절실한 이유를 갖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하려는 일의 정체를 웹3.0이라 칭하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다. 오프라인으로 고착화된 경로상의 권력 관할권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양방향의 가치 흐름을 완결시킬 수 있다면, 누군가는 지금껏 인류가 갖지 못한 도전의 기회를 갖게 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웹3.0이 엄밀하게 정의된, 기술 진화적 실체라 믿지 않는다. 웹3.0은 일종의 정치적 슬로건이고, 해방구의 다른 이름���다. 해방구는 수많은 정치세력들이 극단적 슬로건을 남발하는 공간이다 그 안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겁을 먹고 뒷걸음치는 국가나 법질서가 아니라 인류가 가진 타인과의 연대를 통한 생존의 진화적 경험과 집단 지성 뿐이다.

해방구는 낡은 질서가 새로운 질서를 만나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위험구간이다. 그런 이유에서 웹3.0은 논리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정당화된다기 보다 역사적으로 정당화될 수 밖에 없는 기술진화의 단계다.

다만 그것이 어떻게 실현 가능한가라는 이슈로 넘어오면 좀 더 합리적일 필요가 있다. 현존하는 웹3.0의 비전 중 실현 가능한 경로를 갖춘 것들이 있을까? 도대체 웹3.0 사용자들은 코인충을 넘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내가 아는 한 현존하는 웹3.0 계획 중 크립토에 익숙한, 제한적 사용자를 넘어 일반 사용자에 도달할 수 있는 그럴듯한 계획을 본 적이 없다. 아직 웹3.0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몇가지 실험에 성공한 수준을 못벗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웹’이라는 명칭을 사용해도 될만큼 대중적이지 않다. 인터넷의 역사에서 웹은 인터넷을 대중적으로 확산한 전환점을 상징한다. 이는 웹 커뮤니티가 일부 탐욕스러운 자본들의 행태가 아니더라도 제한된 소수의 ‘코인충’들끼리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웹이라고 지칭하는 것에 반대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렇다면 웹3.0은 어떻게 진짜 웹의 일부가 될수 있을까? 다음과 4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위의 조건들은 탈중앙화 어플리케이션(dApp : decentralized Application) 논의가 활발해지기 시작한 2018년쯤부터 나왔다. 그러나 당시 주장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오히려 ‘손쉬운 중앙화’를 택했고, 모두 실패했다. 지갑을 편하게 생성하고 사용할 수 있게 ‘중앙화된 지갑’으로 대체하려고 했던 프로젝트는 모두 사라졌거나 글로벌 확산에 관심이 없는 사용자에게만 제공되고 있다.

웹2.0 수준의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했던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 자체를 중앙화시키는 바람에 자산의 가치를 담기 어려운 그릇으로 전락했다. 인센티브로 받은 dApp 토큰으로 다양한 것을 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주장한 프로젝트들은 블록체인 밖에서 그 토큰의 사용처를 늘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스캠이 되고 말았다.

웹3.0이 이뤄진다는 것은 실패를 해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원리적이고 원칙적 실패인지, 아니면 불가피하게 낮은 기술단계에 의한 실패인지 명확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

웹3.0이 사기가 될 것인지 혁신이 될 것인지는 ‘누구에게’, ‘언제’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맞고 다른 사람에게는 틀릴 수 있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일 뿐, IT조선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중혁 블록체인경제연구소 소장 겸 바라고 대표이사 philosko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