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확산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일어나면서 진단기기 업체들이 ‘동시 진단키트(콤보키트)’ 시장에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다만, 의료 현장에서는 동시 진단키트에 대한 건강보험 청구 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어, 정책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단키트. / 픽사베이
진단키트. / 픽사베이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진단하는 시약품목이 이달 들어 늘고 있는 추세다. GC녹십자엠에스와 수젠텍, 웰스바이오 등이 최근 새롭게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등 날이 추워지고 독감 환자와 코로나19 환자가 동시에 늘어나는 트윈데믹을 겨냥해 업계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현재 식약처가 허가한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 진단하는 시약은 유전자증폭검사 11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7개로 총 18개 제품이 있다. 검사 방식은 의료진이 직접 면봉을 사용해 코를 찌르는 방법이다.

이에 의료계는 코로나19와 독감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는 동시 진단키트에 대한 보험 청구코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병원들은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있는 환자가 방문할 경우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를 실시하고, 음성일 경우 독감 검사를 별도로 다시 시행한다.

이때 환자는 코를 두 번 찔러야 하고, 코로나19 판정 이후 독감 판정도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이에 원칙상 코로나19 음성환자에게 독감 검사를 다시 권해야 하지만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2차 검사인 독감 검사를 거부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정부는 동시진단이 가능한 유전자증폭검사(PCR)를 한시적으로 보험 청구가 가능하도록 전환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개원의에서는 신속항원검사로 코로나19 검사가 전환된 뒤 PCR 검사 횟수를 줄이고 있고, 최소 하루이상 판정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 진단키트는 급여 여부는 아직 검토 단계에 있다. 최근 병·의원 개원내과의사단체인 대한내과의사회는 소아청소년과의사회·이비인후과의사회·가정의학과의사회와 함께 보건복지부에 동시 진단키트 급여를 요청하는 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복지부는 아직까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 뿐 급여와 비급여 여부에 대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고 의료계 관계자는 전했다.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장은 이달에 열린 추계 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검사가 음성이 나오면 독감검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환자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며 "동시진단 항원검사가 개발됐지만, 심평원에 등재가 안 돼 사용할 수 없으며, 민감도 등의 문제인지 건강보험 재정 탓인지 계속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박 회장은 코로나19 음성 환자에게 바로 독감약을 처방하라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정확한 진단과 검사가 의사의 도리인데, 무슨 질환인지 모르겠는 환자를 어떻게 처방하라는 건지 난감하다"며 "정부는 급여든 비급여든 콤보키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트윈데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민을 위해 정부는 빠른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며 "그래야 각 의료기관에서도 이를 구매해 환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한 번만 검사해 결과를 판독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명 기자 simal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