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원 - 어피닛 대표·창업자,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미국 시카고대 공공정책학 석사, 삼성 계열사 전략기획 업무, 와이더댄 사업팀장, 액세스 모바일 창업 /사진 김흥구
이철원 - 어피닛 대표·창업자, 서울대 국제경영학과, 미국 시카고대 공공정책학 석사, 삼성 계열사 전략기획 업무, 와이더댄 사업팀장, 액세스 모바일 창업 /사진 김흥구

인도는 젊고 크고 넓다. 미국, 중국에 이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고, 14억 인구의 중위 연령이 28~29세다. 13억 명이 신용카드도 없는 저신용 서민이지만, 미국 하버드대, MIT보다 들어가기 어렵다는 인도공과대학(IIT) 출신 정보기술(IT) 인재가 실리콘밸리를 ‘씹어 먹는’ 중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낮지만, 거대한 내수 덕분에 국가 전체 경제 규모는 세계 5위인 나라. 이 인도 시장에 진출해 12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국민 앱으로 성장한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뒷골목 사금융을 사용하는 13억 명의 인도 서민, 일명 매스 니치(mass niche·보이지 않는 다수)를 타깃으로 그들의 신용을 설계해 낸 K-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 기업 어피닛.

어피닛이 만든 대출 앱 ‘트루밸런스’가 인도 시장에 뿌리내려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그 찬란한 시행착오의 연대기를 담은 책 ‘매스니치 서바이벌’을 읽고 주인공인 이철원 대표를 인터뷰했다.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된 13억 인도인을 어떻게 주류 고객으로 만들었는지, 수치로 존재하지 않던 미확인 ‘신용’을 어떻게 데이터로 가시화했는지, 그 땀내 나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지수 -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 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위대한 대화' 저자
김지수 - 마인즈 커넥터 (Minds Connector), 전 조선비즈 문화전문기자,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위대한 대화' 저자
이철원은 SKT 자회사 와이더댄의 사업팀장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시장을 누볐다. 2006년 휴대폰 부가 서비스 기업 간 거래(B2B) 기업 액세스 모바일을 창업해 성공시켰지만, 혹독한 번아웃을 거쳤다. 통신사 중심의 생태계가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던 2014년, 인도 시장에 휴대폰 요금 선결제 잔액 확인 서비스 트루밸런스 앱을 출시했다. 트루밸런스는 2017년 독자적인 대안 신용평가 기술로 신청 후 5분 만에 돈이 꽂히는 대출 앱으로 발전했고, 건당 15만원 내외의 초단기 생활 자금 대출 상품을 히트시키며 인도 국민 앱으로 떠올랐다. 현재 트루밸런스의 누적 다운로드는 1억2000만 건을 돌파했고, 누적 대출금액은 한화로 2조원에 이른다.

왜 인도였나요.

“2002년부터 통신사에 서비스를 팔러 한 달에 한 번씩 인도를 드나들었어요. 그때부터 ‘인도는 코끼리와 같다. 뛰는 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한 번 뛰기 시작하면 그 속도를 걷잡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 10년 전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는데, 지금은 정말 뛰기 시작했어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하면서 비즈니스 인프라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나도 내가 인도에서 금융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흔 넘어서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첫 투자자가 우리를 보고 한 말도 ‘중년 벤처의 절박함’이었어요. 그 절박함이 인도에서는 자산이었어요. 이 나라는 버티는 사람에게 기회가 있어요.”

왜 하필 핀테크죠.

“선진국에서 핀테크는 간편 송금 정도의 편리성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 핀테크는 차원이 달라요. 0에서 1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장이에요. 기록이 없어서 은행에 못 가던 사람이 폰으로 몇 분 만에 돈을 빌리게 되는 건, 편의가 아니라 존재의 변화입니다.

다행히 모디 총리가 정부 기관의 규제와 허용을 영리하게 설계했고, 포용적 금융의 파트너로 핀테크 기업을 적극 지원했어요.”

인도 14억 인구 중 신용카드 소지자는 1억 명 남짓이라고요. 나머지 13억은 어떤 사람입니까.

“내가 인도 사람에게 자주 내던 퀴즈가 있어요. 인도에서 제일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이 뭘까요. 10만원짜리 중국 폰입니다. 제일많이 팔리는 차는 손바닥만 한 경차고, 제일 많이 쓰는 휴대폰 요금제는 150원짜리 선불 요금제예요. 이 셋을 다 맞힌 인도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보던 인도는 상위 1.2%의 인도였거든요. 13억은 그 퀴즈의 답 쪽에 사는 사람입니다. 한 달에 15만원쯤 벌고, 주급을 현금으로 받고, 계좌가 없거나 있어도 안 쓰고, 유심을 두 개 끼우고 요금이 싼 통신사로 옮겨 다녀요. 소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수입니다. 나는 이들을 소수처럼 보이는 다수 ‘매스 니치’라고 불렀어요.”

그들이 트루밸런스 앱의 고객이 될 거라는 걸 어떻게 알아챘습니까.

“먼저 수치였어요. 인도 뉴델리 휴대폰 사용자 2만 명의 사용 기록을 보니 90%가 선불이고, 70%가 듀얼 심이고, 충전은 일주일 단위가 제일 많았습니다. 그 수치가 가리키는 사람을 보러 골목으로 갔어요. 인도 사람은 심심하면 조건반사처럼 잔액 확인 코드를 누르더라고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들이 매일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에서 입구를 찾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국 직원이 구르가온 아파트에 합숙하면서 2주마다 앱을 고쳐 올렸어요. 비자가 석 달이라, 김치찌개 먹으러 한국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생활이었습니다. 거기서 알게 된 게 있어요. 그들에게 잔액은 통신비가 아니라 그날 쓸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잔액이 떨어지면 전화가 끊기고, 전화가 끊기면 일감이 끊겨요. 그래서 잔액을 보여주는 앱이 곧 돈을 보여주는 앱이 됐고, 그다음 충전과 대출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그렇게 2014년 모바일 잔액 확인 앱 트루밸런스를 론칭했어요.”

대학가로 찾아가 '150원 줄게 친구 데려와' 마케팅을 했다고요.

“페이스북 광고를 할 돈이 없었습니다. 핵심 사용자를 추적해 보니 80%가 대학가, 그것도 공대 근처에 살더라고요. 추천한 사람과 새로 온 사람에게 각각 10루피, 우리 돈 150원을 줬어요. 일주일 만에 10만 명이 들어왔습니다. 비용이 페이스북 광고의 십분의 일이었어요. 효과보다 놀란 건 사람이 스스로 영업사원이 된 거였습니다. 동네 가게 주인, 유튜버, 학생이 ‘돈 버는 앱’이라며 퍼뜨렸어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청소년을 모아 가짜 계정을 만드는 치터가 나타났어요. 그걸 잡으려고 만든 게 통화 기록으로 사람을 가려내는 생활 지문이었는데, 그게 나중에 신용평가의 씨앗이 됐습니다.”

어떻게 현지인의 신임을 얻고 반복 행동을 끌어냈나요.

“14억 인도 인구를 인디아 1, 2, 3이라는 세 그룹으로 나눴어요. 인디아 1 그룹은 카드와 계좌가 있는 5000만~1억 명이에요. 2와 3 그룹은 주급을 현금으로 받고 송금하러 대리점에 가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매스 니치죠. 우리가 처음 크게 틀린 자리가 여기였어요. 잔액 확인에서 충전으로, 충전에서 결제로 올라갈 거라고 봤는데, 이들은 온라인 결제 능력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누군가 대신해 줘야 한다’는 것이고, 그 누군가가 동네 잡화점 키라나숍 주인과 유튜버였어요. 보상은 바로 주고, 현금을 받아 대신 충전할 수 있게 하고, 그들 전용 앱으로 만들어 줬어요. 반경 몇 킬로미터 안의 고객 지도, 미수금 장부, 고객별 다음 결제일이 뜨는 달력. 한 번 들어온 고객은 리텐션이 매우 높았습니다. 반복 행동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에요. 일주일마다 충전하는 리듬에 우리를 맞췄습니다. 그리고 고객이 믿은 건 앱이 아니라 옆집 아저씨였어요. 우리가 한 일은 그 아저씨가 손해 보지 않게 하는 거였습니다.”

대출 앱이 없었을 때, 인도의 뒷골목 금융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던가요.

“동네 구멍가게인 키라나숍 카운터마다 사채업자 명함이 꽂혀 있었어요. 담배 가게 주인은 3000루피를 빌려 35일 동안 매일 100루피씩 갚고 있었는데, 연이율로 치면 160%였습니다. 20대 일수업자 세 명을 만났더니 대출 90건을 돌리고 있었고 상환율이 아주 높았어요. 원리는 셋이었습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빌려준다, 그래서 도망을 못 갑니다. 매일 조금씩 갚는다, 주급 리듬에 맞아요. 보증인은 동네 평판이고, 떼먹으면 골목을 못 다닙니다. 비싸지만, 가깝고 빠른 금융이었어요. 우리가 한 일은 이 셋을 앱으로 옮긴 겁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 자리에 매일 여는 잔액 앱, 매일 조금씩 자리에 소액과 짧은 만기, 동네 평판 자리에 데이터. 이자는 그들의 몇 분의 일이었어요.”

계좌가 없어도 충전 습관, 데이터 사용량 같은 생활 지문으로 신용을 판단한다고요. 정말 갚을 사람을 가려낼 수 있습니까.

“판단할 수 있고, 해마다 더 정확해집니다. 은행이 볼 수 없는 사람을 은행이 갖추지 못한 데이터로 보는 거예요. 통장 잔액 대신 충전 습관, 급여 명세서 대신 데이터 사용량. 정기적으로 충전하는 사람과 바닥날 때까지 버티다 충전하는 사람은 현금 흐름이 달라요. 그게 그 사람의 지문입니다. 그리고 인도는 모든 금융 거래가 문자로 와요. 우리 인공지능(AI)이 그 문자 한 줄에서 회사 이름과 급여와 잔액을 읽어냅니다. 연체율 수치는 대출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 4분의 1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왔고 매년 더 낮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가려내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습니다. 작게 시작해서 갚는 사람의 한도를 올려 주는 거예요. 판단은 첫 대출에만 필요하고, 그다음부터는 기록이 판단합니다.”

소액 단기 대출은 잘 팔렸습니까? 이 대출이 인도인의 삶을 개선했나요.

“첫 소액 외상 상품은 출시 20일 만에 하루 1만 건을 넘었습니다. 캐시론은 15만원 안팎을 몇 달, 레벨업론은 몇만원을 일주일. 용도를 물어보면 전부 생활이었습니다. 동생 결혼, 아내 출산, 어머니 병원, 다음 달 통신비. 솔직하게 답하면 15만원이 인생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바꾸는 건 그날 밤이에요. 병원비를 못 내는 밤을 넘기게 하고, 그게 쌓여서 기록이 되고, 기록이 있으면 다음에는 더 큰돈을 더 싸게 빌릴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들에게 전당포와 동네 사채밖에 없었어요. 우리는 처음으로 정식 금융권에 들어온 경험을 줬고, 그다음은 그들의 기록이 그들의 삶을 개선합니다.”

사업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언어와 문화보다 어려웠던 건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는 거였어요. 잔액 확인에서 충전까지는 가지만 충전에서 결제까지는 갈 수 없다는 것, 슈퍼 앱이 안 된다는 것. 수치가 먼저 말해 주는데 내가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시간이었어요. 라이선스 하나에 몇 년, 파���너 하나 만드는 데 몇 년. 협상에서는 처음 부른 가격이 70%까지 깎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식으로 빨리 달려들면 그게 약점이 됐어요. 협상은 한 방에 끝내는 게 아니라 점수를 조금씩 쌓는 긴 경기더라고요. 인도인의 ‘노프라블럼’은 지금 이 자리에서 답을 강요하지 말라는 뜻에 가까웠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그 자리에서 답을 받아내려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배운 게 돌려 말하지 않기, 한 번에 안 되면 열 번 말하기였어요. 22개 언어는 오히려 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버튼은 영어로 두고 설명은 현지어로 깔았어요. 젊은 사람은 힌디어를 영어 알파벳으로 쓰는 힝글리시를 제일 잘 읽었습니다.”

어피닛 직원이 인도 대학생들에게 '트루밸런스' 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어피닛
어피닛 직원이 인도 대학생들에게 '트루밸런스' 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어피닛

조직이 커지면서 여러 번 결단을 내렸더군요. 동업자인 J의 판단대로 대출에만 집중하기로 하면서 '모두를 위한 금융'으로 비전을 선포했지요.

“공동 창업자인 J가 2018년 ‘대출에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했고, 나는 1년 뒤에 그 말을 받아들였어요. 1년의 대가가 수백억원 손실로 돌아왔어요. 그때 우리는 위챗, 알리페이 같은 슈퍼 앱을 꿈꾸며 잔액 확인 위에 충전, 결제, 대출, 보험, 커머스를 얹었습니다. 그런데 슈퍼 앱은 결제할 수 있는 고객에게만 통해요. 우리 고객은 앱은 좋아하는데 지갑은 열 수 없었어요. 그해 매출이 110억인데 영업 손실이 320억원이었습니다. 모두를 위한 금융은 상품 목록이 아니라 대상이에요. 카드 없는 13억 명. 그걸 정하고 나니 판단이 쉬워졌습니다. 이 일이 그 사람들의 첫 금융에 닿는가. 닿으면 하고, 안 닿으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안 했어요. 

지금 우리가 하는 건 슈퍼 앱이 아니에요. 신용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상품을 하나씩 얹습니다. 우리 고객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 사람인지가 먼저입니다.”

소액 대출을 '신용 사다리'이자 '신용학교'라고 부르더군요. 1800원을 제때 갚으면 대출 한도를 높여주는 게임식 설계 사다리를 고객은 잘 건너갔나요.

“소액 대출인 레벨업론에 애정이 가는 건 우리가 무슨 회사인지 보여주는 상품이기 때문이에요. 적은 돈을 일주일간 빌려주는 건 대출이라기보다 시험에 가까워요. 기록이 없는 사람에게 처음으로 기록을 만들어주는 시험이요. 갚으면 다음엔 조금 더 빌려줍니다. 이 규칙은 우리가 만든 게 아니라 고객이 충전 앱에서 이미 익힌 방식이었어요. 첫 계단을 넘긴 사람은 오래된 고객과 거의 차이가 없었습니다. 떨어지는 사람은 대부분 첫 계단에서 떨어져요. 신용학교라고 부르는 이유는 졸업이 있어서예요. 기록을 쌓으면 더 큰 대출이나 다른 금융사 상품으로 넘어갑니다. 지금은 일주일 상품이 없고 최단기간이 6개월이지만, 아직도 일주일 안에 갚는 유저가 많습니다.”

누구에게 전화했는지, 어떤 문자 메시지를 받는지를 본다는 게 좀 무섭기도 했어요. 2021년 12월 창업 7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을 때, 어떤 깨달음이 찾아왔나요.

“무섭다는 말, 이해합니다. 그래서 우리 원칙이 셋이에요. 본인이 동의한 데이터만 봅니다. 인도 중앙은행의 디지털 대출 지침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봅니다. 그리고그 데이터를 거절이 아니라 승인을 위해 씁니다. 흑자 때 깨달은 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흑자가 매출에서 오는 게 아니라 두 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온다는 것. 사용자가 늘어 고정비가 나눠지는 곡선과 심사가 정교해져 떼이는 돈이 줄어드는 곡선. 20만원짜리 대출을 사람이 심사하면 남는 게 없어요. 그래서 시스템이 심사해야 했고, 그 시스템이 정교해지는 만큼이 이익이 됐습니다.”

투자자인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은 어피닛의 어떤 점을 높이 샀습니까.

“장병규 의장이 2014년 말 첫 8억원을, 소프트뱅크벤처스가 2016년 초에 30억원을 넣었습니다. 장 의장이 투자한 이유는 세 가지였어요. 첫째, 인도라는 시장. 둘째, 반복되고 예측 가능한 핀테크라는 사업. 셋째, 중년 벤처의 절박함. 20~30대 창업자가 드나들던 사무실에 시커먼 아저씨들이 들어와서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하니 그런 생각이 들었대요. 소프트뱅크벤처스는 100만 다운로드를 눈앞에 둔 수치를 봤습니다. 장 의장이 글로벌 사업이니 글로벌 투자를 받는 게좋다고 조언해 줬어요. 돌아보면 두 사람 다 기술을 보고 투자한 게 아니었어요. 그때 우리는 기술이 없었습니다. 시장과 절박함에 투자한 거예요. 그 뒤로 우리가 한 일은 그 두 가지를 기술로 바꾸는 거였습니다.”

몸값 높은 IIT 출신 인재는 어떻게 스카우트했습니까.

“IIT는 매년 140만 명이 응시해 1만 명이 붙고, 졸업하면 초봉이 국내 기업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스타트업이 데려오기 쉽지 않죠. 탐나는 사람이 있으면 메일을 계속 보냈어요. 왜 당신이어야 하는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사람은 돈만으로 안 오고, 자기가 왜 필요한지 들으면 옵니다. 인도에선 이직도 잦아서 면접 때 진짜 이직 이유를 가려내는 게 중요했어요. IIT 출신들에게 이직 이유를 물으면, 개인보다 팀을 우선하는 조직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한국과 인도 조직을 한 팀으로 묶고, 문서로 일하는 방식을 세우고, 인도 리더를 앞세운 게 성과를 냈어요. 작년에는 우버 출신 AI 책임자를 모셔 왔습니다. 인도의 인재 시장은 깊어요. 문제는 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조직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느냐였습니다.”

50년 전 무함마드 유누스 교수는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에서 했던 '가난한 사람도 함께 신용을 연대보증하면 돈을 잘 갚을 수 있다'는 실험을 통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사업을 했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구제하러 간 게 아니라 사업하러 갔어요. 유누스 교수와 나란히 놓기엔 부끄럽죠. 겹치는 게 있다면 ‘가난한 사람도 갚는다는 믿음’ 하나예요. 그는 그걸 연대보증으로 증명했고, 우리는 데이터로 확인했습니다. 사업으로 해야 오래 갑니다. 자선은 돈이 떨어지면 멈추지만, 갚은 사람에게 다시 빌려주는 구조는 계속 돌아가요. 마음은 나중에 생겼습니다. 빈민가에서 갓난아이 병원비 때문에 대출을 받고 고마워하던 분, 몸이 불편한데도 150원짜리 보상을 모아 가족을 먹이던 에이전트. 그들을 만나고 나서야 이 일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이 성공은 데이터가 이룬 겁니까, 발바닥이 이룬 겁니까.

“성공이라는 말은 아직 안 씁니다. 살아남았어요. 순서로 답하면 발바닥이 데이터를 만들었습니다. 골목에서 본 행동, 잔액을 하루 몇 번 확인하고 30루피씩 쪼개 충전하는 행동이 나중에 심사 변수가 됐어요. 그리고 데이터가 이상하면 다시 골목으로 갑니다. 발바닥, 데이터, 다시 발바닥이에요.”

마지막으로 낯선 시장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 리더에게 조언을 부탁합니다.

“첫째, 시장의 크기 말고 문제의 크기를 보세요. 인도가 14억이라는 수치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 안에서 누가 어떤 문제를 매일 겪는지를 봐야 해요. 둘째, 설문이 아니라 손가락을 보세요.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행동은 다릅니다. 나는 그 차이를 수백억원 주고 배웠어요. 셋째, 가기 전에 조건 셋을 확인하세요. 현지에 가서 살 사람이 있는가, 몇 년을 버틸 돈이 있는가, 책상이 아니라 골목에서 관찰할 각오가 있는가. 이 셋이 있으면 인도만큼 큰 기회가 없고, 없으면 인도만큼 어려운 시장도 없습니다.”